작성자 엘앤씨랩(admin) 시간 2021-07-21 19: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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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 맹목적 어휘 암기아닌 좋아 하는 영어콘텐츠 통해 자연스러운 학습이 중요
  • 기자명
 김나영 칼럼니스트 

 

 입력 2021.04.16 14:28

- 디지털 세대의 학습자에게는 새로운 어휘 학습 방법이 필요

영어 공부에서 단어가 먼저일까, 아니면 어법이 먼저일까. 사실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 두 가지 모두 영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이며 의미를 함축한 어휘들을 어법적 틀에 넣어 완성할수록 의미 전달과 의사소통이 명확해지므로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휘 습득과 어법 학습을 통해 구문 파악이나 표현 능력을 키우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보이해와 의사소통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영어교육에서는 기본을 익히는 데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모하게 해서 그 끝을 보기도 전에 영어 공부에 질려버리게 만든다. 결국엔 어휘를 제대로 많이 알고 있지도 않은, 그렇다고 어법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것도 아닌, ‘절름발이 영어 학습자’를 수없이 양산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를 어설픈 영어 학습자로 만든 이 두 가지의 주범 중에서 우선 어휘 학습에 관해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생각해 보라. 기억나는 어휘가 좀 많다고 과연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 자신의 견해를 펼치는데 사용도 제대로 못하는 어휘들을 그저 단편적으로 달달달 외웠다고 진정으로 영어를 잘한다 할 수 있을까. 또한 단어의 뜻을 잘 알아서 구문 이해가 어느 정도 되어 학교 시험을 잘 본다고 해서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즉, 말을 유창하게 하고 어려운 내용 청취도 수월하며 금상첨화로 영작까지 잘해야 영어를 잘하는 것임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특히 한국이라는 특수한 환경(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 어느 곳에서도 단어 능력과 문법 능력을 더 이상 테스트하지 않는다(개인적 용도의 공인인증시험은 별도로 함).

게다가 다량의 어휘 능력을 지닌 사람보다는 외국인과 유창한 영어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정말로 영어를 잘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영어 공부가 그야말로 알맹이를 빼고 영어의 기본만 혹은 언저리만 맴돌다 끝나버린 셈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공부해온 모든 영어 교과서나 참고서 혹은 영어 단어 학습 서적에는 언제나 선별해서 정리해 놓은 ‘주요 어휘’가 있다.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주요 어휘’란 말인가.

사실, 각 학년에 교과과정 레벨에 맞는 리딩 콘텐츠가 수록되어 있으니 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어휘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임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배우고 익혀서 훗날 실제의 삶에서도 우선적으로 활용되는 ‘주요 어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해당 어휘를 익혀서 해당 분야의 직업을 통해 영어를 구사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효용가치가 있는 어휘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습자에게는, 많은 수학 공식들이 삶에서 모두 필수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듯, 많은 어휘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한국의 학생들은 외우기도 어려운 단어들을, 외워도 기억에 남지도 않을 방식으로 공부하며 열정을 소비하는가. 또한 어찌하여 그들은 학창 시절 내내 시험 종료 후 모두 잊힐 단어들을 생짜배기로 암기하라 강요당하는가.

많은 어휘를 알수록 많은 콘텐츠를 접할 능력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자가 원하는 관심분야를 통해 그곳에서 요구되는 어휘를 하나씩 하나씩 습득하면 될 터인데 헛된 고생을 시키는 무작위 어휘 습득 방식을 고집하는 영어교육은 그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동안, 어릴 때 파닉스(Phonics)를 한 것이 전부인 학생들에게 단어가 각각 지닌 제대로 된 음가(音價)도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은 채, 심지어 발음기호를 모르기에 아무렇게나 읽히는 대로 어휘를 암기하게 했다. 그렇게 눈으로만 익힌 어휘를 기반으로 구문을 읽을 때 의미 파악엔 좋을지 모르나 실상은 전혀 다른 단어를 외운 것이 된다.

자음과 모음이 가진 소리에 의해 그리고 영어 특유의 음운현상에 의해 달라지는 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어휘를 암기하게 한다면 분명 시작부터 잘못된 방식으로 영어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혀 다른 단어를 외운 셈이니 정확히 들리지 않는 것이고 나아가 서로 의사소통하는 데에도 장애가 있게 됨을 내다보지 못하는 소치이다.

사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얼마든지 정확한 방식으로 어휘 학습을 하게 할 수 있다. 예컨대, 사전을 찾는 것은 어휘와 문장 구조를 익히는 데에 여전히 유용한 방법이다. 요즘은 사전 App도 매우 다양하며 아주 간단한 조작으로도 다량의 사전을 보유할 수 있다.

그것은 어휘의 뜻과 소리를 확인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쉽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모르는 어휘와 문장 구조가 보이면 스스로 찾아보고 싶도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현대의 영어 학습자들에게는 훨씬 좋은 영어 교육이다.

흥미진진하게 느끼는 콘텐츠에서의 언어의 단편과 입자들이 마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때, 강요받지 않는 뇌에서의 각인 작용이 보다 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습자들에게 공통의 교재에 나오는 어휘를 획일적으로 암기하게 하기보다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이를테면 패션, 뷰티, 요리, 스포츠, 게임 등에 관심이 많은 그들의 취향에 따라 그것과 관련된 콘텐츠(영어로 진행되는 도서, 영상, 안내자료 등)들을 알려주고 스스로 영어 학습에 활용하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영어를 잘 하기 위한 기본 어휘 학습 일지라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학습자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영어능력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를 반영하여 변화하고자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좋아하는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 세대에게는, 좋아하는 콘텐츠 속에서 영어로 된 내용을 궁금히 여기는 가운데 포착된 어휘를 자발적으로 찾게 하는 학습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제는 영어는 이렇다 저렇다 하고 가르쳐주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수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코치(coach) 하고 서포트(support) 함으로써 영어에 능숙해지도록 그 방법 자체를 전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더욱이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미래에 많이 쓰게 될 것 같은 영역이 어디인지도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따라서 자신이 콘텐츠들을 찾아가며 어휘를 습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즐기게 해주어야 한다.

요컨대, 영어에서 어휘 학습지도를 하고자 한다면, 자신에게 무의미한 어휘를 헛되게 암기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 하며 은연중에 언어를 익히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학습자들이 알게 해주자.

그것이 진정 첨단의 디지털 세대에게 맞춘 이 시대의 제대로 된 언어 교육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러한 것을 알고 있는 영어 교사와 학부모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번역기(구글 번역, 파파고 번역 등)와 인공지능 활용 등으로 점점 영어 교육이 불필요할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가는 현시점에서 그것은 우리의 영어 교육이 당면한 딜레마이고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그러므로 이제는 학계와 교육계 그리고 학부모와 학습자 모두가 그 이슈를 놓고 함께 고민할 때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출처 : 한국투데이(http://www.han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