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엘앤씨랩(admin) 시간 2021-07-21 19: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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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이야기, 한국 영어 교육의 치명적인 딜레마

- 영어 교육의 천국, 그러나 기껏 배운 영어가 소리 없이 죽어가는 나라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에 관해서 외국의 여러 언어학자들도 칭송을 한다. 그런 만큼 한국인은 자국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남다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언제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영어에 대한 동경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훈민정음의 글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한글과 한국어에 뿌리를 깊게 두고 있음에도 언제나 영어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심지어 영어라는 굴레에 스스로 갇히기를 기꺼이 자처한다.

 

 

하지만 무의식에 가깝게 영어에 대한 갈망이 큰 반면에 그것을 완성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 보니, 역으로 영어를 기피하거나 두려워하기도 한다. 특히 입시를 위한 중고교 학생이나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는 영어가 언제나 어렵게 고비를 넘겨야 하는 마지막 관문과도 같다. 이렇게 여러 명목상의 이유로 영어를 포기하지도 못한 채 끌려 다녀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학부모들은 또 어떤가. 자신도 학창시절에 영어 학습하는 것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의 영어 실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자 한다. 아이도 역시 영어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획기적인 영어 학습법이라는 광고에 혹해서 과다한 지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려운 영어 문법과 단어를 익히느라 고전하다가 고등 교육까지 마치고 나면, 그중에서 과연 몇 퍼센트의 사람이 그 어렵게 배운 영어를 활용하며 살아갈까. 어찌하여 한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영어 왕초보 교재와 콘텐츠가 그토록 잘 팔리고 있는 것인가. 영어가 안 되면 00스쿨, 00 영어를 할 수 있어, 라며 지하철과 홈쇼핑에서 무수히 광고가 울려 퍼지면 마치 영어에 한 맺힌 듯 일단은 혹해서 들으니 말이다.

 

 

숱한 세월 동안 좋은 교재와 학습 노하우가 제시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건만 안타까울 만큼 모두의 영어 사용 능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잘 배운 것과 잘 사용하는 것은 분명 별개다. 잘 배웠는지는 몰라도 잘 사용할 줄 모르기에 영어에 더욱 목말라한다.

 

 

게다가 초등의 학습생이나 왕초보 영어 학습자는 쉬운 영어를 통해 영어 회화가 조금 가능해져도 조금만 더 깊이가 있는 주제로 대화하려고 하면 여지없이 벽에 부딪히고 만다. 그때의 절망감은 영어라는 태산을 넘어가는 우리를 또다시 좌절하게 만들기 일쑤다.

 

 

한국의 영어에 대한 강력한 시대적 요구는 한국을 영어 교육의 메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기란 절대 불가했다. 당연히 사설 학원이 영어교육의 대안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어 학습에 있어서도 빈부 차이에 따라 그 결과치가 달라졌다. 그래서 유학이나 고액의 영어 과외를 전문적으로 받은 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학습자는 영어의 성지에 원하는 만큼 도달하기가 어려웠다. 그야말로 영어에 대한 욕구불만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고군분투하여 영어를 정복한 소수의 ‘'영어 성공자이외에 대다수의 한국인은 영어교육이라는 큰 프레임 속에서 그저 들러리처럼 머물다가 낙오자처럼 영어와 멀어지고 만다. 그러니 개개인이 영어에 쏟아 부운 무수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막대하다. 그 낭비된 총량을 모두 합산해서 수치로 말한다면 상당히 클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영어 교육의 치명적 딜레마이다.

 

 

그러나 한국 영어의 딜레마가 비단 영어 교육의 방법 때문에 만일까. 혹은 특별한 계층의 소수 학습자에게만 현실 영어를 풍성하게 사용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영어란 원래가 외국어니까 애써 노력해도 언어를 관장하는 브레인의 작용이 제한적이라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학계의 연구자들을 통해 강조되어 왔듯이, 한국은 영어를 외국어로서 학습해야 하는 EFL(English of Foreign Language) 언어 환경에 놓여있다. , 한국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가 아니다. 그렇다고 필리핀이나 인도처럼 영어가 제2 외국어로라도 사용이 되는 나라가 아니다. 만약에 그랬더라면 한국의 영어 교육의 현실은 훨씬 덜 팍팍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차별적 접근 방식을 통해 영어교육을 실현해보고자 학계나 교육계가 다각도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경 자체가 영어 세상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의 거의 모든 사람이 아직도 영어에 대한 로망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렇듯 영어를 일정 정도 완성하려면 걸려야 할 만큼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영어 학습에 결코 왕도가 없으며 훨씬 빠른 지름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부터 시작을 했든 간에 결국은 나머지를 채워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리딩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하더라도 리스닝 실력이 향상되려면 그것을 위한 학습이나 훈련이 별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리딩과 리스닝이 어느 정도 된다고 해서 모두가 영어로 잘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이 따로 할애되고 연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모든 것을 잘 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어법과 어휘도 해결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영어 정복을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역시 시간과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목표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을 상당한 수준으로 갖추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따라서 남보다 일찍부터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일수록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자유롭게 거리낌 없이 배우고 익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영어 사용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 영어 교육의 딜레마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영어 사용 환경의 중요성과 그것에 대한 해법에 관해서는 이어지는 칼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루고자 한다.